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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

150미터, 드론

작년인지 올초인지에 아들의 지속적인 조름에 따라 드론을 사줬다. 몇 번 갖고 놀고 금방 안 쓰게 될 것을 알면서도. 

집 앞 주차장 같은 곳에서 몇번 놀다가, 공식적으로 넓은 공원으로 가서 드론을 날린 바로 그날,

 

생전처음으로 조절하는 드론이다보니 고도가 높아지고 바람이 강할 경우 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특히 저렴하고 가벼운 드론이다보니, 바람이 조금만 강해져도 방향을 마음대로 움직일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어~어~ 하는 순간... 드론은 내가 있는 잔디 공원을 벗어나 강 쪽으로 계속 가버리기 시작했고, 이미 조절 범위를 벗어나 버린 드론은 훌쩍 강을 건너갔다.

 

나와 아들은 아,,,이렇게 드론을 사자마자 하나 버리는 구나...하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강 건나 반대쪽에 자주 짧게 나 있는 간이(?) 다리 위에 착! 안착을 한 것이었다. 지도로 거리를 보니 약 150m를 날아간 것이었고.

(아래 왼쪽의 간이 다리 위 아래로 녹색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쪽은 잔디나 공터가 아니라 강가에 있는, 물과 수초가 어우러져 있거나 혹은 높은 나무로 우거져서 접근이 안되는 지역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헉헉대며 강을 건너 가본 아들과 나는, 다리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드론을 보고 세상에 이런 운이!를 외치며 다시 드론을 갖고 놀았다. 혹시나 드론에 맞아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주변에 아무도 다친분은 없었고 (다칠 정도의 무게도 아닌, 소형 드론이지만) 사람들은 그냥 이 드론 뭐지? 하며 길을 지나가고 있어서 조금은 허탈했던 기억도 난다.

(참고로 저 간이 다리의 폭은 겨우 5.5m이다. 말그대로 좌우 한명씩 오고 가고 하는 수준의 소규모 다리랄까..)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드론엔 흥미를 잃어버렸고, 거기다 간만에 한번 갖고 나갔는데 네 귀퉁이 중 한쪽 날개의 모터가 고장이 나면서 이 "150m 드론"과의 놀이는 끝이 났다. 워낙 저렴한 제품이라 A/S를 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 이미 흥미도 떨어진 상황이고.. 

 

하지만 뭔가 행운의 상징? 증표?의 의미로 이 드론은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이후 이사를 한번 하면서도 드론은 내가 별도로 꼭 챙겨서 갖고 왔을 정도로. 

 

별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드론을 보면서, 우연이긴 하지만 행운이 따른다는 좋은 느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